
2025년 2월 9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316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며 역대급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승리를 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건 다카이치 정권의 등장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환율, 그리고 우리의 퇴직연금 제도 개편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의 재정확대 정책과 개헌 가능성
일본 중의원 전체 의석수 465석 중 자민당이 316석을 차지하면서 개헌안 발의선인 2분의 2인 310석을 단독으로 넘어섰습니다. 연립 여당인 일본 유신회 36석, 개헌에 긍정적인 국민민주당 28석, 참정당 15석까지 합치면 중의원에서 개헌 추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참의원에서도 2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자민당의 참의원 의석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결과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는 사실상 대규모 재정 지출을 예고하는 것으로, 경제 안보,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 컴퓨팅, 콘텐츠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 정부 자금을 직접 투입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의 경제 정책은 간접적 부양책을 썼던 아베노믹스와 달리 국가가 산업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모자라는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신규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할 것을 예고합니다. 다카이치는 야당의 식품 소비세 감세 공약에 대응해 2년간 소비세 감세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감세와 적극 재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순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방위비 조달을 위해 내년부터 소득세를 증세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재정 악화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일본 언론 역시 이러한 딜레마를 지적하며 엔화 약세와 고물가를 방치하면 다카이치 정권의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카이치의 압승 요인으로는 아이돌급 인기와 쇄신 이미지가 꼽힙니다. 보수층뿐 아니라 무당파층까지 끌어들이며 유세 현장에 많은 사람이 몰렸고, 소셜 미디어에서도 확산 효과가 컸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에게 '일본은 힘 있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재정 적자가 나더라도 성장하면 된다는 주장이 먹혀든 것입니다. 그동안 자민당의 약점이었던 비자금 스캔들과 통일교 유착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엔화약세와 한국 금융시장 파장
금융 시장에서는 소위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주가는 상승하고 국채 가격과 엔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인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의 국가 부채가 더 불어날 경우 시장에서 일본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상당하며, 이는 한국 국채 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외환 시장 측면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원화와 엔화가 동조 현상을 보이며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환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행이 현재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자금 이동에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일본은행이 늦어도 6월까지는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글로벌 시장을 돌아다니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 장관은 일본 자민당의 압승과 관련해 "일본이 강하면 아시아에서 미국도 강해진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카이치를 훌륭한 동맹으로 평가하면서 트럼프와도 관계가 아주 좋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계속 협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다카이치의 정치적 기반이 워낙 확고해졌기 때문에 우익 성향을 강조하면서 굳이 다른 나라와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는 당장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3조 원 이상 순매도를 이어가며 지수를 끌어내렸는데, 가장 많이 내다판 종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습니다. 새해 들어 폭등했던 업종을 위주로 차익 실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금리 인상과 엔화 약세는 한국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최근 증시의 변동성과도 연관 지어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퇴직연금개편과 비트코인 사고의 시사점
국내에서는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노사정이 손잡고 제도 개선 방향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퇴직 급여의 사회 적립이 전면 의무화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전체 임금 체불액 8조 원 중 40%가 퇴직금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 급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 쌓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은 92%가 퇴직연금 체제로 전환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0.6%만 도입한 상황입니다.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고려해 당장 의무화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으며, 재정 지원 방안을 병행 추진할 계획입니다. 둘째, 기금형 퇴직연금을 새로운 축으로 도입한다는 점입니다. DC형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현재는 금융회사와 계약을 통해 운용하고 있는데, 기금형도 동시에 도입해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기금화 논의가 시작된 것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86%에 그친 반면, 국민연금은 1년에 8%를 넘게 수익을 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마다 흩어져 있는 퇴직 급여를 모아서 한 곳에 뭉쳐 굴리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수익률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처럼 환율 방어나 의결권 행사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노사정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 주체를 은행, 증권, 보험사 같은 민간 금융사로 한정했지만, 300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 대상의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은 국민연금도 취급할 수 있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편 빗썸에서는 유령 비트코인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벤트 참여자에게 1인당 2,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려다 직원 실수로 2,000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되어, 시세로 환산하면 63조 원이 넘는 금액이 잘못 나갔습니다. 빗썸의 법인 보유 비트코인은 12만 개밖에 되지 않았고, 손님들이 맡긴 것까지 합쳐도 4만 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기에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습니다. 이 사고로 빗썸 내에서만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8천만 원대까지 추락했습니다.
빗썸은 물량의 99.7%를 회수했지만, 1,780개는 이미 시장에서 매도됐고 이 중 125개는 끝까지 회수되지 않았으며 30억 원 이상이 원화로 현금화되어 인출까지 됐습니다. 이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실제 블록체인상 거래가 아닌 거래소 데이터베이스 내 장부상 거래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63조 원어치의 비트코인 지급이 아무런 필터링 없이 가능했다는 것은 내부 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금융회사에서는 이 정도 금액이 지급될 때 몇 단계 결재와 교차 검증을 거치지만, 빗썸에서는 한 번의 클릭으로 실행됐다는 점에서 신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일본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 기조는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금리, 환율, 증시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입니다. 퇴직연금 개편과 빗썸 사고는 국내 금융 시스템의 신뢰와 안정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방대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정책과 시장을 연결해 설명하는 이 콘텐츠는 경제 뉴스를 '이야기'로 소비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구술체 중심의 전개로 인해 핵심 논지가 반복되거나 비판적 거리두기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